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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조선 후기 천문학자 김석문은 지구 자전설을 주장한 최초의 조선 지식인이자,
서양 과학을 능동적으로 해석한 수리 실학자였다.
그의 사유는 근대 과학의 시작점을 조선 안에서 열어젖혔다.김석문은 누구인가?
**김석문(金錫文, 1658~1735)**은 조선 후기 실학 이전 단계에서 등장한,
선구적 과학자이자 철학자, 사상적 경계인이자 사유의 확장자입니다.
그는 조선 지성사에서 최초로 **지구 자전설(地球自轉說)**을 공개적으로 주장한 학자로,
그의 사유는 성리학 중심 사회에서 ‘우주 중심 사고’를 해체하고 새로운 세계관을 제안한 혁명적 발언으로 평가됩니다.출생과 성장: 조선 중기의 지식 환경 속에서
김석문은 1658년, 경상북도 의성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삶은 **숙종(16741720년 재위)에서 영조(17241776년 재위)**에 이르는 격동의 조선 후기 지식 환경 안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이 시기는- 전통 성리학 질서가 여전히 지배적이면서도
- 청나라를 통한 서양 과학기술, 역법(曆法), 수학, 천문학 등이 도입되며
- 학문적 다양성과 위기의식이 공존하던 시대였습니다.
김석문은 이 틈새에서
**전통 유학의 언어와 기법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서양 과학의 본질을 이해하고 적용하려는 ‘지적 이중 언어자’**로 자리 잡았습니다.학문 영역: 천문학 + 수학 + 역학 + 음양오행 + 철학의 융합자
김석문은 단순히 **서양 과학을 수용한 ‘소개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천문학·수학·역법·기하학·자연철학·음양오행 이론을 종합적으로 다루며,
자신만의 이론을 정립하고자 했습니다.- 천문학: 별의 움직임, 태양·달의 궤도, 지구의 운동을 수학적으로 해석
- 수학과 역법: 중국과 서양의 역법 계산법을 비교·실험하며 정밀한 계산 시도
- 역학과 철학: 『역학도해』를 통해 자연철학과 우주론을 기하학적으로 표현
- 음양오행과 자연관: 기존 도식적 해석을 넘어 과학적 기호로 해석하는 시도
이런 종합적 접근은 훗날 홍대용, 정약용, 최한기 등에게 영향을 주는
‘선(先)실학적 과학사상’의 전형을 이룹니다.조선 최초로 '지구 자전'을 사유한 사람
김석문은 『지구자전변(地球自轉辨)』이라는 소논문 형식의 문헌에서
당시 조선에서 거의 상상조차 되지 않았던 **‘지구는 스스로 돈다’**는 명제를 주장합니다.이는 단순한 코페르니쿠스적 이론의 수용을 넘어,
성리학적 천동설(하늘이 돌고 인간은 중심이다)의 철학적 전제 자체를 뒤흔드는 사유였습니다.“하늘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스스로 자전한다면…
인간은 그 흐름 속에 있는 하나의 존재에 불과하다.”그의 이런 발언은 천문학적 사실을 넘어서
당시의 우주 질서, 인간 중심 세계관, 위계 사회구조에 대한 철학적 반성을 유도하는 것이었습니다.조선 지성사의 ‘사상적 경계인’
김석문은 오늘날로 치면 **‘경계인의 철학자’**입니다.
그는- 유학자로서 도덕적 수양을 중시하면서도,
- 자연철학자로서 우주의 구조를 실험하고
- 수리 과학자로서 숫자와 기호를 통해 세계를 분석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동양의 전통적 음양·오행 이론과 서양의 수리 천문학을 연결해보려 한
‘융합형 사고의 창시자’이기도 합니다.
조선이라는 유교 국가에서,
과학이란 권위가 아닌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한 학자였던 셈입니다.사상적 의의: 홍대용보다 먼저, 우주의 상대성과 인간의 겸허함을 사유하다
홍대용(1731~1783)이 『의산문답』에서
지구 자전설을 철학적·사회적 문제로 확장시켰다면,
김석문은 그보다 반세기 앞서
이론적 근거와 수학적 모델을 통해 자연 그 자체의 구조를 성찰하려 했던 사람입니다.그는 ‘지구 자전’이라는 주제를 통해
인간의 지각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지식은 권위가 아니라 관측과 수학으로 확인되어야 함을 선포했습니다.지구는 스스로 돈다 – 조선에서 처음 외친 ‘지구 자전’
김석문은 자신이 저술한 **『지구자전변(地球自轉辨)』**에서
명확하게 **지구 자전설(地球自轉說)**을 주장합니다.
이는 코페르니쿠스 이후 유럽에서 확립된 과학적 세계관이었지만,
조선 지식계에서는 전례 없는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하늘이 도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자전하는 것이다.”
– 『지구자전변』 중그는 기존 천동설(하늘이 돈다는 전통적 세계관)을 반박하며,
관측의 정확성, 해-달-별의 움직임, 수학적 계산 근거 등을 들어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합리적 모델이
‘지구 자전’임을 제시했습니다.서양 과학의 ‘수용’을 넘어선 ‘재해석’
**김석문(金錫文)**은 조선에 유입된 서양 과학 지식을 단순히 ‘도입’한 인물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수동적 지식 소비자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과학 이론과 전통 유학적 사고의 틈에서
**‘다르게 사유하고, 조선적 방식으로 다시 쓰기’**를 시도한 비판적 창조자였습니다.서양 과학,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17세기 이후, 중국을 거쳐 조선에 들어온 서양 과학 지식의 대부분은
예수회 선교사들이 편찬한 책들과
그들이 제작한 천문도, 역법서, 계산표 등을 통해 유입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혼천의설(渾天儀說)』, 『기하원본(幾何原本)』, 『율력』 등의 자료가 있었고,
- 이들은 모두 서양의 수학적 계산법, 구면기하학, 천체 운동 이론을 담고 있었습니다.
김석문은 이러한 서적들을 읽고
단순히 “이것이 맞다”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원리와 계산 근거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 내용이 조선 사회와 사고 체계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실험했습니다.수학적 언어로 우주를 풀다
그의 가장 큰 특징은 우주를 말로 해석하지 않고 수식으로 증명하려 한 점입니다.
이는 당시의 성리학자들이 사용하던 개념 중심의 사유와는 완전히 다른 태도였습니다.예를 들어 그는,
- 천체 운동을 수학적 기하 구조로 설명하고,
- 별의 위치 변화를 계산을 통해 예측했으며,
- 지구 자전설이 단순한 철학적 상상이 아니라
관측 가능한 사실과 수학적 예측이 가능한 과학적 모델임을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작업은 ‘논리와 도덕’을 중심에 두던 유교 지식 세계에서
새로운 과학 언어의 도입과 정당화를 의미하는 중대한 지적 전환이었습니다.조선 지식인의 시선으로 다시 구성하다
김석문이 위대한 이유는,
그가 단순히 ‘서양 과학’을 앵무새처럼 되풀이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그것을 조선 지식인의 사고 틀 안에서 해체하고, 재조립했습니다.- 서양의 역법은 왜 더 정밀한가?
- 중국식 혼천설과 유럽식 지구 자전설은 어떤 차이를 보이는가?
- 전통 음양오행론과 새로운 천체 이론은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 ‘하늘’은 신의 질서인가, 수학적 계산이 가능한 운동 구조인가?
이 모든 질문은 김석문이 단순한 해석이 아닌 ‘사유의 실험’을 반복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는 동양 전통 천문 사상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그 안에 서양 수학과 과학을 삽입해 구조를 확장하려 한 ‘변형자’였습니다.조선의 과학자? 철학자? 아니면 그 사이를 잇는 ‘사상 엔지니어’
김석문은 과학자와 철학자, 유학자와 수학자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형 지식인이었습니다.
그의 저작은 단지 정밀한 계산표가 아니며,
동시에 단순한 철학적 선언도 아닙니다.
그는 하늘의 구조를 측정하면서 인간의 위치를 성찰하고,
기하학을 해석하면서 도덕을 재구성하는 사유를 펼쳤습니다.그런 의미에서 그는 ‘사상 엔지니어’,
즉 철학과 과학, 문화와 수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수행한 선구자였습니다.주요 저작: 『역학도해』와 ‘우주를 그린 철학자’
김석문의 또 다른 대표 저술인 **『역학도해(易學圖解)』**는
우주와 자연, 음양과 오행, 천문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수십 장의 도해(그림)로 풀어낸 천문철학적 시도입니다.이 책은
- 지구 중심의 사고를 버리고,
- 하늘과 땅의 상호작용을 비대칭 구조로 인식하며,
- 천문학적 움직임과 인간의 삶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수학적으로 풀어낸 역작입니다.
이는 단순한 점성술이나 역학이 아닌,
관측 기반의 과학과 철학이 만나는 접점에서 탄생한 책이었습니다.인간 중심을 넘어 우주와 인간의 관계를 다시 묻다
김석문의 사유는 ‘지구가 돈다’는 사실 하나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는 이 우주적 움직임 속에서 인간의 위치, 앎의 한계, 존재의 겸허함을 성찰했습니다.- 지구가 도는 세상에선 인간도 고정된 존재가 아니다.
- 진리는 관측과 수학적 근거 위에 있을 뿐, 위계나 계급과는 무관하다.
- 하늘과 인간은 동등한 자연의 일부이다.
이는 훗날 홍대용, 최한기, 정약용 등에게 영향을 미치며
조선 실학과 과학철학의 방향을 바꿔놓은 지적 전환점이 됩니다.지금, 왜 김석문을 다시 읽어야 하는가?
오늘날 우리는
- 우주 개발 시대에 살고 있으며,
- 인공지능과 데이터 과학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으며,
- 인간 중심의 위계를 성찰하는 생태적 전환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의 시대를 넘어 “우주는 어떤 구조인가?”,
**“인간은 우주의 어디쯤에 위치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던
김석문 같은 지식인을 다시 읽는 일은,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오래된 지적 연습이 될 수 있습니다.'잊혀진 역사 속 인물 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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