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조용히 움직이는 것이다 – 신금성의 입법 실천기

신금성은 1970~80년대 국회에서 아동·청소년·모자복지법 제정을 주도한 입법 실무자입니다.
말보다 실천으로, 상징보다 조항으로 기록된 조용한 여성 정치인의 대표 사례입니다.

신금성은 누구인가?

**신금성(申錦成, 1924~2015)**은
한국 정치사에서 가장 조용하게, 그러나 가장 구체적으로
아동과 여성의 삶을 바꿔낸 실무 중심 입법가이자 정책 실천가였습니다.

그녀는 이름이 널리 알려진 유명 정치인은 아니었지만,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까지 약 20년에 걸쳐
국회 안에서 **법안 조항을 설계하고, 정책 예산을 확보하며,
제도적 토대를 쌓아 올린 진정한 ‘입법 기술자’**였습니다.

교육자에서 입법가로 – 실천의 시작

신금성은 경기도 여주에서 태어나 교육자의 길을 걷던 중,
정치라는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처음엔 유신체제 시절 여당(민주공화당) 소속으로
1973년 제9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지만,
그녀의 정치 행보는 단순한 ‘여성 상징’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당시 대부분의 여성 의원이 정치적 상징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신금성은 자료를 읽고, 법안을 쓰고, 위원회에서 직접 토론하는 의원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후에도 10대~13대 국회까지 연속 당선,
총 5선 의원으로 활동하며
여성 정치인의 안정적 정치 경로를 개척한 선례가 되었습니다.

‘말보다 조항’ – 입법 중심의 철저한 실무주의자

신금성의 가장 뚜렷한 정치적 특징은
말을 아끼고, 조항을 다듬는 스타일이었습니다.

TV 토론, 유세, 강성 발언보다는
법안 조문 하나하나를 읽고 고치며
정책 예산 구조를 분석하고 조율하는
**‘국회 안의 손’이자 ‘읽는 정치인’**으로 평가받았습니다.

당시 국회 보건사회위원회, 교육문화체육위원회 등에서 활동하며
그녀는 수십 건의 복지 관련 법안에
직접 초안 작성 또는 실무 반영자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실제로 동료 의원들은 그녀를 두고
**“서류를 가장 많이 검토하고, 현장을 가장 자주 찾는 의원”**이라 불렀습니다.

유신체제 속에서도 ‘초당적 실용주의자’로 평가받다

신금성은 유신시대 여당 출신 정치인이었지만,
당의 노선보다 ‘현실에 필요한 정책’을 먼저 보는 실용주의자였습니다.

야당 의원들과도 협업하며

• 보육·교육·보건 영역에선 당파를 넘는 협력
• 여성 및 아동 관련 예산 확보를 위한 초당적 연대
  를 주도한 기록이 다수 남아 있습니다.

특히 미혼모 보호법, 아동복지법, 유아교육법, 모자보건법 등은
당시 보수 진영에서도 논쟁적인 이슈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의회 내 ‘공감 가능한 언어’와 ‘자료 중심 논리’로 설득하며
의회 설득형 입법 정치의 본보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왜 지금, 신금성을 기억해야 하는가?

신금성은 정치인이기 전에
‘아이와 여성을 위한 정책의 구조’를 만든 건축가였습니다.
그녀의 입법들은 지금도 우리 일상에 살아 있습니다.

• 공공보육, 아동학대 예방, 유아교육 무상지원
• 한부모가정 지원, 모성 보호 예산, 지역 여성보건소 제도화

이 모든 것은 오늘날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지만,
그 토대는 신금성이라는 이름이 없는 문서들 속에서 조용히 시작됐습니다.

신금성은

• 대중 정치인이 아니었고,
• 유명 연설가도 아니었으며,
• TV에 자주 등장한 인물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조용히 앉아 법을 읽었고,
꾸준히 조항을 고쳤으며,
끝내 그 조항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것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그녀의 이름을 ‘아동복지의 시작’,
‘여성복지의 토대’,
그리고 ‘실무 정치의 원형’으로 다시 기억해야 할 이유가 충분합니다.

아동복지법의 초석을 쌓은 정치가

1970년대 한국은 아동의 권리 개념이 미약했고,
복지는 시혜나 구호 차원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신금성은 국회 복지위 위원으로서
**‘아동은 오늘을 사는 독립된 시민’**이라는 철학을 갖고
다음과 같은 법안을 주도하거나 공동 발의합니다.

법안명                 주요 내용                                                                   영향

 

아동복지법	아동의 보호·교육·복지 지원 전반 규정	아동학대 예방·위기아동 지원의 법적 기반
유아교육법	유치원 운영, 교사 자격, 교육기준 명시	무상유아교육의 제도적 시작
모자복지법	미혼모·저소득 가정 지원 규정	한부모가정 정책의 뿌리

 

이 모든 법안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며 선제적이었고,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보편적 복지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말하지 않고 움직이는 정치가 필요합니다”

신금성은 대중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정치인이었습니다.
군중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거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카메라보다 서류 더미 앞에 오래 앉아 있었고,
연설보다 조항 하나하나를 손으로 직접 고쳐 쓰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그녀는 회기마다 빠짐없이 출석했고,
회의 자료를 누구보다 꼼꼼히 검토하며
수시로 **“이 문장은 현장 언어가 아니다”, “이 조항은 적용이 어렵다”**는 메모를 남겼습니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와 위원회 보좌진 사이에서는 ‘법률 초안 수정 요청이 가장 많았던 의원’**으로 기억되곤 합니다.

정치는 말이 아니라, 손끝의 실천이다

그녀의 정치 철학은 매우 분명했습니다.
정치는 ‘누가 더 멋지게 말하는가’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하게, 꾸준하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정치는 결국 문장이고, 조항이고, 예산입니다.
아이 한 명이 보호받기 위해선 수십 줄의 법과 숫자가 필요합니다.”
– 신금성의 동료 의원 회고 중

그녀는 국회를 단지 발언의 무대가 아닌,
제도를 완성하는 실험실이자 작업실로 여겼습니다.
그래서 회의가 끝난 뒤에도 늦은 밤까지 남아
조문 하나를 고치고,
위원회 자료를 스프링 바인더에 정리하며
그 안에서 세상을 바꾸는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아동을 위한 정치는 가장 성숙한 정치입니다”

이 철학은 그녀가 남긴 단 한 줄의 명문장으로 요약됩니다.

“아동을 위한 정치는 가장 성숙한 정치입니다.”

신금성은 아동이 ‘내일의 어른’이기 이전에
**‘오늘을 살아가는 시민’**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렇기에 보호, 보육, 교육, 건강, 안전이라는 주제는
사회적 시혜가 아니라 정치의 중심과 윤리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녀는 “복지는 선심이 아니다. 아이와 여성은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 존재다”라는
가치관을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관철시켰습니다.

남성 중심 정치 구조 속, 독보적인 실용주의자

1970~1980년대 국회는 말 그대로 ‘강성 남성 정치’의 시대였습니다.
큰 목소리, 강한 수사, 진영 논리, 감정적 호소가
국회 내 힘의 논리를 대변하던 시절입니다.

그 안에서 신금성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였습니다.

• 그녀는 싸우지 않았고,
•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았으며,
• 그 대신 데이터를 들고, 조항을 제시하고, 현실 언어로 설득했습니다.

동료 의원들은 그녀를
“국회에서 가장 정확한 언어를 쓰는 사람”,
**“매일 사무실에 가장 먼저 도착해 조용히 일하는 유일한 의원”**으로 기억합니다.

이러한 입법 스타일은 시간이 지나면서
야당 의원들과의 신뢰를 쌓게 되었고,
결국 그녀는 정파를 넘은 협상 파트너로서
수많은 복지법안의 초안을 성사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됩니다.

조용했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신금성은 말하지 않는 대신, 움직이는 정치를 실천한 정치인이었습니다.
그녀의 손끝에서 나온 법조문과 예산안이
수많은 아동과 여성의 삶을 지탱해주는 기초가 되었고,
그 입법은 지금도 사회복지의 구조 속에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그녀는 말의 정치에서 벗어나
손과 책임으로 움직이는 실천의 정치를 증명한
진정한 ‘현장형 입법가’였습니다.

지금, 신금성이 다시 조명되어야 하는 이유

오늘날 우리는

• 보편적 보육
• 아동 학대 방지
• 저출생 시대의 아동 정책 확대
  를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그 시작점엔 언제나 기초를 다진 누군가가 존재합니다.

신금성은

• 학자도,
• 대통령도,
• TV에 자주 나온 정치인도 아니었지만,
  **아이들의 삶을 바꾸는 첫 조항을 만든 ‘실무형 입법가’**였습니다.

우리는 이제 화려한 말보다 조용한 실천을 기억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그녀는 무엇을 남겼는가?

영역                          주요 기여                                                                            의미

 

아동복지	보호·상담·시설·예산 체계 마련	위기아동 정책의 기틀
여성복지	모성보호, 미혼모 지원 정책 도입	모자복지의 원형
입법 문화	자료 기반 정책결정 문화 정착	‘읽고 움직이는 정치’ 실현

 

“신금성은 조용하지만 흔들림 없는 입법가였다”

신금성은 단 한 번도 정치 무대의 중심에 서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선거 유세에서 고성으로 외치지 않았고,
TV 토론에서 감정을 앞세운 언변으로 주목을 끌지도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수십 년 동안 국회 복지위원회의 ‘핵심 동력’으로 존재했습니다.

정치사의 스포트라이트 바깥에서,
현장과 법률의 중간 어딘가에서,
조용히 아이들의 삶을 바꾸고,
보이지 않는 손으로 여성 복지의 기초를 설계한 인물이었습니다.

정치는 누군가를 위한 구조를 만드는 일

우리는 종종 정치를 ‘말의 영역’이라 생각합니다.
누가 더 강하게 주장하는가, 누가 더 화려하게 말하는가에 집중하죠.
하지만 신금성의 정치 철학은 전혀 달랐습니다.

정치는 곧 누군가의 일상에 닿는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고,
그 구조는 법의 조항, 예산의 항목, 제도의 근거로 만들어진다는 확신이었습니다.

그녀가 다듬은 문장 하나,
검토한 조문 하나,
지적한 예산 항목 하나는
곧바로 아동 보호소의 안전기준,
모자보건센터의 운영 규정,
무상유치원 확대 기준이 되었습니다.

이렇듯 신금성은
**보이지 않는 구조를 완성하는 데 철저히 헌신한 ‘법과 제도의 설계자’**였습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현실을 바꿨다”

정치 드라마 속에서 기억되는 인물들은
강한 말, 과감한 선택, 감동적인 장면으로 각인됩니다.
하지만 신금성은 한 번도 그런 장면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극적인 순간보다 끊임없이 일하고 조율하는 사람이었습니다.

• 위기의 순간마다 부처 간 협의안을 조율했고,
• 반대파 의원과의 간담회를 스스로 주선했고,
• 정책 논의를 위해 학자, 사회복지사, 교사들과 밤늦게까지 회의했습니다.

그녀는 언론보다 회의록에 이름을 남기길 원했고,
연설보다 입법 문장 속에서 자신의 정치성을 실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녀가 만든 법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복지 정책의 뼈대가 되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일상, 그 시작은 신금성이었다

무상보육, 아동학대 예방 체계, 공공유치원, 저소득층 돌봄 정책, 미혼모 지원…
이 모든 정책은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닙니다.
그 시작에는 반드시 ‘누군가의 설계’와 ‘조용한 실행’이 있었고,
그 중심엔 신금성이라는 이름이 존재했습니다.

그녀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지만,
가장 실질적으로 한국 복지국가의 근간을 설계한 입법가였습니다.
한 사람의 정치는 사라졌지만,
그 사람이 만든 구조는 여전히 수많은 아이들과 가족의 삶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확실한 정치, 신금성의 이름으로

정치는 목소리가 크다고 성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정치는 누군가를 위한 구조를 조용히 완성하는 일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조용히, 가장 철저히, 가장 흔들림 없이 해낸 사람이
바로 신금성이었습니다.

그녀는 우리가 알아야 할 정치의 또 다른 얼굴이자,
기억해야 할 **‘손으로 쓴 복지의 이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