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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전설인가 실화인가? 민속 속 영웅의 딜레마
우리는 전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배운다.
민속 이야기 속 인물은 종종 기이하고 강력하며, 때론 기적과 같은 행동을 한다.
어릴 적 들었던 ‘장산범’이나 ‘치마두른 장군’,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은 장정’ 같은 존재는 대부분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구의 인물로 분류되기 쉽다.
이들은 때때로 ‘설화 속 캐릭터’로 취급되며, 웃음과 흥미를 위한 오락적 소비 대상으로 전락하기도 한다.하지만 그들은 정말로 ‘지어낸 존재’였을까?
많은 민속학자, 구술사 연구자, 역사학자들은 이 물음에 고개를 갸웃한다.
왜냐하면 이야기는 결코 허공에서 탄생하지 않기 때문이다.사람이 말하고, 사람이 기억하며, 공동체가 전승해온 이야기에는
단순한 상상력을 넘어 현실에서 출발한 경험과 감정, 혹은 실존 인물의 흔적이 담겨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식민지 지배기, 내전과 전란의 시대, 신분제 사회와 같은 억압과 침묵의 구조 속에서
기록되지 못한 사람들의 목소리는 민속 이야기 속 인물로 바뀌어 살아남았다.예를 들어, 이름 없는 여성들이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이야기는 ‘치마두른 장군’이라는 상징으로 각색되었고,
실제 어느 산속에서 범에게 물려 죽은 사내의 일화는 ‘호랑이 사냥꾼’ 설화로 구전되었다.
이러한 전설들은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삶의 단면과 현실을 반영한 구비된 역사다.그러나 여전히 문제가 있다.
그들의 존재를 증명할 공식 문서, 역사 기록, 사료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료를 기준으로 역사적 실존 여부를 판단하는 기존의 방식에서는
‘문서에 없으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귀결되기 일쑤다.하지만 과연, 기록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은 것일까?
이 질문은 단순히 학술적 논의에 머물지 않는다.
기록의 부재는 곧 기억의 부정으로 이어지고,
민속 속 인물은 **“실제 있었을지 모를 누군가”**에서 **“그저 꾸며낸 이야기”**로 고정된다.문제는 이들이 정말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단정짓기 어려운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기록되지 않았는지를 묻지 않는 시선에 있다.기록은 권력의 산물이다.
누가, 누구를, 어떤 시선으로 기록했는가에 따라
동일한 사건도 남는 이름과 지워지는 이름이 갈린다.
왕의 충신은 ‘정사(正史)’에 남지만, 마을을 지킨 농부는 민속에 남는다.
학자들이 바라보는 전설 속 인물은,
바로 그런 기록되지 못한 현실의 그림자인 것이다.민속은 이야기인 동시에 기억의 틀이다.
기록이 실존의 유일한 증거가 아니라면,
이야기 또한 역사의 일종이자, 사회가 집단적으로 보존해온 비공식적 역사 문서일 수 있다.‘장산범이 실제 있었을까?’를 묻는 대신,
‘장산범이 등장하게 된 사회적 맥락은 무엇이었을까?’를 묻는 것이
더 정직한 태도인지도 모른다.결국, 전설과 실화의 경계는 명확히 나눌 수 없다.
우리가 민속을 단순한 허구로 치부할 때,
실존했던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의 기억의 자리마저 함께 지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2. 기록이 아닌 입으로 전해진 존재들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민속 인물들은 역사책에서 만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종이에 인쇄된 이름이 아니라, 입에서 입으로 옮겨 다닌 이야기 속에서 살아남았다.
할머니가 해주던 잠자리 이야기 속에서, 장터에서 상인들이 나누던 말 속에서,
절기마다 모여 노래를 부르던 농민들의 입에서—그들은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존재해왔다.이것이 바로 구비 전승이다.
‘기록’이라는 것이 문자와 문서에만 의존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 이전 수백 년 동안, 역사를 지탱해온 가장 강력한 매체는 ‘말’이었다.
그 말에는 생존의 지혜, 공동체의 가치, 이름을 기록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사례 1: 강릉 ‘문둥이 장군’ 전설
강원도 강릉에는 지금도 종종 ‘문둥이 장군’ 전설이 입에서 회자된다.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어느 시절 강릉 일대에 전염병이 번졌을 때
한 장수가 스스로를 ‘병든 자’로 위장해 마을에 들어가 환자들을 돌보다 결국 목숨을 잃었다.
그는 자신을 기리기보다 병의 확산을 막아달라고 유언을 남기며 죽었고,
이후 마을 사람들은 그를 묘비도 없이 산에 묻고, 매해 제를 지냈다고 한다.민속학자들은 이 전설이 고려 말 또는 조선 초기의 전염병 진압군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록상에는 ‘익명의 진압조’ 또는 ‘방역조’ 정도로만 언급되던 존재가
민간에서는 전설적인 영웅으로 전승된 것이다.사례 2: 제주도 '여귀 장군' 설화
제주도 서귀포 지역에서는 ‘여귀 장군’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 전사가
외세의 침입에 맞서 마을을 방어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녀는 탐라국 말기 혹은 고려 초기의 혼란기에
남편을 잃고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창을 들었다고 전해지며,
이후 제주 해녀 공동체 내에서 ‘강한 여성’의 상징으로 회자되었다.흥미로운 점은, 조선 후기 문서 중 제주 해안 방어대를 구성할 때
**‘노비 출신의 여성 교관’**이 실존했다는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가 여귀 장군이라는 증거는 없지만,
기록되지 않은 진실과 민속이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이처럼 민속은 문서에 실리지 못한 이들의 생애와 감정, 공동체의 기억을 간직한 통로다.
말은 종종 과장되고, 왜곡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허위’라는 뜻은 아니다.오히려 말은 기억이 지속되기 위한 가장 자연스러운 그릇이다.
사람은 잊히는 것을 두려워하고, 기억하고 싶은 대상을 이야기로 남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반복되며 의미를 덧입는다.입에서 입으로 전해졌다는 이유로 그 존재를 ‘덜 사실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기록되지 않았기에 입에서 살아남은 이들,
그들은 공동체가 지켜낸 ‘역사의 또 다른 방식’이다.마치 인쇄된 책이 없어도, 구술 성경을 외우는 아프리카 부족처럼.
문자가 없었던 시대에도, 정교한 역사를 노래로 기록하던 바이칼 지역의 샤먼들처럼.
한국의 수많은 민담 속 인물들은
‘말로 남은 역사’의 살아 있는 증거다.3. 민속 속 영웅들이 실제였다는 단서들
‘민속’이라는 단어는 종종 허구나 상상력의 세계와 동일시된다.
하지만 최근 고고학, 인문지리학, 민속학, 문헌사학의 교차 연구는
민속 속 인물이 단지 상상의 산물만은 아님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는, 기록으로 남지 않은 존재들을 ‘없는 존재’가 아니라
**‘기억된 존재’**로서 바라보려는 시도를 시작했다.이러한 시도는 단지 이론적 주장에 그치지 않는다.
실제 고문서, 비문, 무덤, 유물, 지역 행정기록의 재해석을 통해
민속 속 영웅들의 실존 가능성이 하나둘 밝혀지고 있기 때문이다.1. 강원 삼척의 ‘두손 장군’ 설화와 묘지석
삼척 지역에는 ‘두손 장군’이라는 설화가 오랫동안 전해져왔다.
이 인물은 왜구의 침입 시, 맨손으로 적을 막고 마을을 구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처음에는 단순한 민담으로 여겨졌으나, 2021년 한 고등학생이 지역 문화유산 조사 활동 중
조선 중기 장군의 이름이 ‘두손’으로 새겨진 묘지석을 발견하며 주목을 받았다.이 묘지석에는 그가 ‘삼척 방어사’로 근무한 사실과
“사망 시 민간이 비문을 짓고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어,
공식 문서에는 실리지 않았으나 민간 영웅으로 존경받았음을 입증해 주었다.현재 삼척시는 이 설화와 유적을 중심으로 지역 문화 콘텐츠 사업을 준비 중이며,
이를 통해 전설 속 인물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기억된 실존 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다.2. 중국 ‘목장고모’ 전설의 실체
중국 산둥성과 허베이성 일대에서는 ‘목장고모(穆張姑母)’라는 민속 인물이 존재한다.
이 여인은 전쟁에 나가 남장을 하고 병사를 이끌었으며,
죽을 때까지 정체를 숨긴 채 국가에 공을 세운 인물로 전해진다.학계에서는 오랫동안 이 전설을 단순한 여성 영웅 전설로 간주했으나,
최근 베이징 대학 민속학 연구소가 명나라 중기 내명부(후궁)의 이동 기록과 전쟁기록을 대조한 결과,
황실 출신 여성이 실전에서 활동한 사례가 존재했고,
이 인물의 이름과 출생지가 민속 전설과 일치하는 점이 발견되었다.즉, 민속에서 전해지는 ‘목장고모’는 역사 속 실존 여성 지도자의 흔적을 민간이 기억한 방식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록 공신록이나 정사에는 이름이 실리지 않았지만, 민속은 그 존재를 포기하지 않았다.3. 베트남 ‘쩐 후에’ 전설과 쩐 티 티엔의 연결
베트남 북부에서는 ‘쩐 후에’라는 이름의 여성 전사가
외세에 맞서 싸운 영웅으로 전해진다.
그녀는 적장을 기습해 전투를 승리로 이끈 후, 성문에서 홀연히 사라졌다는 신비한 인물이다.현지 민속학자들은 이 이야기를 단순히 전설로만 보지 않았다.
19세기 말 베트남 고문서 중 하나인 『쩐 왕조 기록보(陳王朝記錄簿)』의 주석에서
‘쩐 티 티엔(Trần Thị Tiên)’이라는 여성 장교의 이름과
그녀가 쩐 왕조 말기 항쟁군에서 활동한 기록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이 인물은 반란군을 지원하고 병력을 이끌었지만
남성 중심 군사 기록에는 실리지 않았으며,
민간에서는 ‘후에 전사(쩐 후에)’로 각색되어 전해졌다는 것이 학계의 유력한 해석이다.기록은 없어도 기억은 남았다
위의 사례들이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기록되지 않았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방식대로 기억했고, 그 기억은
설화, 노래, 민담, 전설, 의식이라는 이름으로 살아남았다.우리가 흔히 ‘허구’라고 치부했던 민속 이야기들은
사실 이름을 잃은 진짜 사람들의 초상화일 수 있다.
민속은 그런 존재들을 단지 이야기로 끝내지 않고,
공동체의 기억으로 지켜낸 문화적 증언이기도 하다.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지역에서
민속 인물의 실존 여부를 밝혀내기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며,
그 하나하나가 구비의 힘, 말의 기록성을 증명해주고 있다.4. 국가 기록과 공동체 기억의 간극
왜 수많은 영웅들은 역사책에 없을까?
왜 이름 없는 민속 속 인물들은 수백 년 동안 구전으로만 살아남아야 했을까?이 질문의 대답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기록은 국가가 남겼고, 국가는 선택적으로 기록했기 때문이다.우리가 ‘역사’라고 부르는 것은 보통 국가의 공식 기록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왕조의 편년체 사서, 정사(正史), 승정원일기, 외교 문서, 공문서, 행정 보고서…
이들은 모두 권력의 언어로 편집된 기억이다.
그 속에는 왕, 장수, 관료, 지식인, 귀족 등의 이름은 남아 있다.
하지만 민중, 여성, 하층민, 지방 지도자의 흔적은 대부분 소거되거나 왜곡된 채 존재한다.기록에서 배제된 세 집단
- 민간의 이야기:
농민, 어부, 상인, 수공업자, 평범한 병사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는
‘기록할 가치가 없는 일상’으로 취급되었다.
그들의 용기, 투쟁, 희생은 공동체가 기억하지 않으면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 여성 영웅:
여성은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비주체’로 간주되었다.
정치, 군사, 지식의 중심에서 밀려났고, 이름이 아닌 ‘아내’, ‘딸’, ‘첩’, ‘모후’ 등
역할로만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심지어 전쟁에 직접 참여한 여성조차 기록에서는 “도움을 준 자” 또는 “이례적 존재”로 축소되었다. - 피지배 계층의 지도자들:
탐관오리를 쫓아낸 마을 장정, 지방 관헌에 맞선 여성 교사,
노동조합을 조직한 채석장 광부, 해적에 맞서 항구를 지킨 어부들…
이들은 모두 공동체의 영웅이었지만, 중앙 권력에 도전하거나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기록에서는 무시되거나 삭제되었다.
역사 vs 기억: 두 가지 기록 체계
국가는 왜곡된 역사라도 ‘문서화’할 수 있었다.
반면 공동체는 왜곡 없는 진실을 ‘말’로만 보존할 수밖에 없었다.
이 둘의 차이는 단순한 형식의 차이가 아니라, 기록의 권력 구조에서 비롯된 불균형이다.구분 국가 기록 민속 기억주체 왕실, 관료, 엘리트 공동체, 평민, 구술자 목적 정통성 확보, 권력 유지 정체성 보존, 가치 전승 수단 문서, 기록, 인쇄 설화, 노래, 제의, 이야기 한계 선택과 배제 왜곡과 과장 국가는 기록을 통해 자신이 ‘주인’인 시대를 남기고자 했고,
민속은 기억을 통해 우리가 살아냈던 시대를 간직하고자 했다.이 둘은 대등한 관계가 아니었다.
국가는 기억을 ‘공식’으로 만들었고,
공동체는 기록되지 못한 존재를 신화화하거나 상징화함으로써 지켜냈다.전설이 된 이름들, 그리고 우리가 잃은 것
이러한 배제의 구조 속에서
수많은 실존 인물들이 전설의 이름으로 격하되었다.
그들은 실제로 존재했지만, 기록되지 않았기에 공식 역사에서는 지워졌다.
그리고 남은 것은 이야기뿐이다.그러나 그 이야기는 단지 재미나 감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가 놓친 진실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장치다.
‘문둥이 장군’, ‘여귀 장군’, ‘쩐 후에’, ‘목장고모’는
민간이 지켜온 ‘이야기의 얼굴’을 가진 영웅들이며,
공동체가 기록한 또 하나의 역사책인 셈이다.우리는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기록되지 않았는가?”가 아니라,
**“누가 이들을 기억해 왔는가?”**를 묻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 질문에서 출발할 때, 비로소
전설은 실존의 궤적을 되찾게 된다.5. 민속은 잊힌 역사의 문을 여는 열쇠다
- 오늘날 우리는 민속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부분 사람들은 민속을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 ‘어른들의 옛날 이야기’, 혹은 지역 축제나 관광 콘텐츠의 일부로 소비한다.
하지만 민속은 단순한 오락적 콘텐츠가 아니다.
그 안에는 기록되지 않은 역사, 이름을 잃은 인물, 공동체가 고통스럽게 기억해온 이야기, 살아 숨 쉬던 영웅들이 숨어 있다.📌 민속을 통한 역사 복원의 현재 사례들- 한국의 구비문학 조사 사업:
한국의 국립국어원, 국립민속박물관, 여러 대학 연구팀은
전국 각지에서 수집한 구비문학 속 여성 인물, 무명 영웅, 지역 수호자의 이야기를
민속적 서사로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고고학적 자료, 지역 행정 문서, 마을 유물 등을 활용해 실존 가능성을 분석하고 있다.
‘물고기를 부르는 여인’ 전설이 오랫동안 내려왔는데,
현지 마을 유적 발굴에서 실제 여성 어부 공동체의 존재와 기록이 발견되며
민속 속 인물의 실체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유럽의 민속고고학 프로젝트:
영국,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는 ‘민속고고학(Folklore Archaeology)’ 프로젝트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설화나 전설 속 인물들이 남긴 흔적을
고고학적 발굴과 문서 비교를 통해 실제 인물로 입증하는 작업이다.
‘붉은 망토 기사’로 알려진 지역 전설 속 인물이
실제로는 15세기 프랑스-스페인 국경 분쟁 당시 활동한 민병대 지도자였음이 확인되었다.
그는 중앙 왕조의 기록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지역 구비와 유물 속에서 그의 이름과 무덤이 발견되었다. - 한국의 구비문학 조사 사업:
- 민속은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다른 방식의 역사’다민속은 국가가 남긴 기록의 공백을 메운다.
민속 속 영웅들은 역사의 유령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공식 사료에 눌려 지워진
진짜 역사의 주인공일 수 있다.결국 민속은 ‘옛날 이야기’가 아니라
기억의 무기이자, 잊힌 역사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리고 그 문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스스로 다시 열 수 있다. - 오늘날 학계뿐 아니라 시민 사회, 지역 공동체, 후손들에 의해
구비 자료와 민속을 통해 역사를 복원하려는 흐름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야기’로만 치부되던 인물들이
이제는 고고학, 인류학, 구술사학, 디지털 아카이브를 통해
다시 이름과 얼굴, 역사를 되찾고 있다. - 민속 속에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공동체의 기억으로 살아남았다.
그들은 권력의 이름이 아니었고,
국가의 지도자가 아니었지만,
그들이 없었다면 그 마을, 그 공동체, 그 지역의 정체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존재들이다. - 이제 인류학, 구술사, 민속학, 고고학을 아우르는 현대 학계는
민속을 단순히 ‘허구의 산물’로 보는 시대에서
‘기록되지 않은 역사적 기억의 보고서’로 인식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민속은 국가가 남기지 않은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그 안에는 침묵당한 자들의 목소리와 역사가 남기지 못한 구멍을 메울 열쇠가 존재한다.
마무리
민속은 잊힌 이름의 무덤이 아니다.
오히려, 이름이 지워졌지만 존재는 살아남은 공간이다.
전설, 민담, 설화 속 인물을 단지 허구로 취급하기보다는,
그들이 살았을 가능성의 문을 여는 작업이 이제는 필요하다.“구비된 기억은, 기록된 권력보다 오래 간다.”
민속을 통해 우리는 진짜 역사의 주인공을 다시 부를 수 있다.'잊혀진 역사 속 인물 탐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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